이야기
혼란스러운 시대, 세상 사람들은 분명한 이정표와 의지를 찾고 있다. 성교회의 새로운 주교인 패트리시아는, 그런 이들에게 하늘이 내린 ‘계시’를 전하고, 방황하는 중생들을 인도할 책임을 지고 있다. 그녀는 정기적으로 천족의회의 성언을 경청하고, 성녀와 함께 세상에 강림한 천사들과 교류하며, 날개 있는 자들에게 속세의 정세를 보고한다. 하지만 그녀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천족들은 대부분 무표정하고 반응이 느린 존재들이라, 패트리시아는 자주 상대의 반응을 과하게 해석하거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버릇이 생겼다. 그 결과, 매일같이 누적되는 수많은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도, 자신의 위치 때문에 쉽게 말하지 못한다. 오직 진심으로 신뢰하는 사람 앞에서만, 이 젊은 주교는 진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이 내리신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는 것이, 주교인 제 사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