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천족이 겪어 온 기나긴 세월을 십분의 일로 줄인다면, 그것은 거의 엘프가 일생 동안 걸어갈 수 있는 시간에 가깝다. 다시 그것을 오분의 일로 줄이면, 드워프가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지만, 그마저도 수백 년에 이르는 긴 세월이다. 오직 인간만이 다르다. 그들의 생명은 새벽 이슬처럼 잎 끝에 매달려 있다가, 첫 햇살이 닿기도 전에 조용히 사라진다. 하늘을 스치고 지나가는 유성과 같아, 소원을 빌 틈도 없이 고요 속으로 돌아간다. 그렇기에 필멸자의 수명이 이토록 짧기에, 그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은 더욱 값지고 소중하다. 이 이치는 '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라파엘이 더욱 깊이 체감하게 된 진실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더 가까이, 더 깊이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어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상대의 살결에 닿던 옷을 걸치고, 남아 있는 기운 속에서 작은 안온함과 따스함을 찾으며, 미세하지만 분명한 행복을 바라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있으면 너무 나태해 보이냐고요? 지휘관님, 이 모습은 오직 지휘관님에게만 보여 주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