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헬가는 한때,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용맹한 기사였다. 죽기 직전 품었던 억울함과 후회는 강렬한 저주로 응축되어, 그녀를 불사의 존재로 되살려냈다. 그녀는 폐허가 된 옛 왕국을 떠돌며, 다가오는 자라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그렇기에, 그녀를 쓰러뜨릴 수만 있다면 그 인정을 받아 그녀의 군주가 될 수 있다는 소문도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긴 세월 속에서 집념은 이미 옅어졌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무료함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제멋대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사령기사의 위압적인 모습으로 놀래키고, 도전자를 쓰러뜨린 뒤 장비를 챙겨 가거나, 불사의 몸을 믿고 아무렇게나 독한 맹세를 내뱉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손대면 봐주지 않고, 말은 믿을 수 없으며, 책임 따위는 지지 않는다—— 이 세 가지 사령기사의 철칙을 충실히 지켜 온 결과, 헬가는 올곧은 기사들에게 극도로 미움을 사는 존재가 되었고,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망국에서 온 악랄한 검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도전자들이 허둥지둥 도망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큼, 시간 때우기에 좋은 것도 없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